기승전화학_서울대 정택동 교수

분류
자연과학 | 화학
작성자
화학 연구정보센터
작성일
2022-10-24
조회수
88

 


 

 

#전기화학   #새삼스레..   #골목길야구왕   #어떤걸음이든   #책임감과감사

 

 

교수님의 관심사와 진행중인 연구에 대해서 대략적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전기화학의 근원적인 질문에 관심이 깊습니다. 전기화학은 전자회로로 구성된 세계와 용액과 같이 생물-화학적인 세계의 경계면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루지요. 그러다 보니 두 세계를 이해하는 언어가 모두 필요합니다. 예컨대, 에너지 변환이나 저장 기술의 저변에는 두 세계를 건너뛰는 전자의 전달속도 문제가 깔려 있는데요. 공학적으로 보면 전기촉매 소재의 문제나 성능의 문제로 간주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두 가지 서로 다른 세계를 넘나드는 전자의 속도 문제입니다. 때문에, 비단 전기촉매 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전기화학적 현상을 보다 근본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전극에 가해지는 전자기학적인 조건과 전극과 접촉하고 있는 나노스케일의 극소 공간 내 용액 성분들의 화학적 거동 사이에는 상호 연동 관계가 있습니다. 재배열에너지, 표면전하 및 영전하전위, 양/음이온 효과, 전기장에 의한 용매 물성 변화 등 아직도 정확히 이해되지 않고 있는 기초과학적 질문들에 대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전기화학은 역사가 깊습니다. 짧게 잡아도 200년이 넘고, 화학이라는 학문이 물리적 이해를 기반으로 정립되는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20세기 전기화학의 상당 부분은 분석화학에 기여하는 측면에서 발전해왔습니다. 패러데이 상수를 통하여 정량분석을 하는데 전기화학적 방법론만큼 간단하고 값싸면서도 정확/정밀한 수단이 흔치 않지요. 그를 바탕으로 전기분석화학 분야가 진보해왔는데, 21세기 전기화학에서도 커다란 흐름 중의 하나입니다. 맞춤형 헬스케어 시대가 열리면서 바이오센서를 통한 다중 검출 수요가 폭증하고 있고, 전기분석화학 방법론에 기초한 분석법 또한 여전한 잠재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전기화학의 기초 역량을 토대로 우리 연구실 고유의 다중 생체 분석 플랫폼이 진화 중입니다. 혈액을 비롯하여 공기 중 생체 오염 감시까지 수행할 수 있는 전기분석 방법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변환, 센서 뿐만 아니라 21세기 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인지과학의 대두입니다. 물질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주체인 인간의 뇌를 연구의 객체로 삼겠다는 발상입니다. 뇌를 포함한 신경계에서의 신호 전달이 전기화학적인 원리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전기화학의 새로운 미래를 암시하고 있습니다. 고도화된 나노 디바이스와 신경생물학의 성과를 결합하여 신경계와 컴퓨터를 전기화학적인 원리로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연구하는 그룹은 매우 많지만, 시냅스 유도 단백질을 유전공학적으로 변형하여 전극과 뉴런을 야누스형 시냅스로 연결시키는 접근은 오직 우리 연구진만이 하고 있습니다. 최고 수준의 전기화학적 역량에 더하여 단백질공학과 전자회로 전문성까지 융합해야만 수행할 수 있는 고난도의 창의적 연구 주제입니다. 우리 연구진은 이 분야의 개척자로서 세계적으로도 독보적인 선구 역할을 자임하고 있습니다.
요컨대 전기화학의 기본 문제, 다중 분석 플랫폼, 그리고 인공시냅스 인터페이스에 대한 연구를 주축으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운영중인 연구실 그룹과 그룹이 함께 즐겨하는 활동 등을 소개해 주세요.


우리 연구실은 대학원 재학생 및 박사후 연구원, 그리고 운영을 돕는 행정지원인력 등 20여 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름과 겨울 학생들 자체적으로 1박 2일 엠티를 가고, 봄 가을에는 소풍을 갑니다.

 

 


 

 

전자전달센터(CeT, Center for Electron Transfer)와 한국전기화학회가 주최하고 저희 연구실이 주관하여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중에 연 2회 전기화학학교를 개최합니다. 최근 전기화학적 방법론의 기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여 문호를 열어 전기화학의 기초를 교육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연장선 상에서 전용 웹사이트를 통하여 전기화학 관련 질문을 상시로 받습니다. (‘질문 잔치’) 아울러, 연 2회 온라인 ‘답변 잔치’를 통하여 전기화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소통의 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기화학 커뮤니티를 성장시킨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학생들과 공유하며 즐기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연구 활동을 하면서 느낀 자부심이나 보람 혹은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연구와 함께 고급인력을 교육하는 것은 남다른 경험과 보람입니다. 대학원생들은 공통점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각기 다른 사람들입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인생의 한 부분을 연구실에서 비가역적으로 공유합니다. 모두에게 너무나 소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길을 잃고 방황하던 젊은이들의 손을 잡아 이끌어주는 일 만큼 보람을 주는 일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학생은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져 우울한 감정에 휩싸여있고, 어떤 학생은 당장 눈 앞의 실리에만 눈이 멀어있습니다. 삶의 가치에 대해 기본적으로 회의적인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자신의 인생에 진중한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고 남들의 기준에 휩쓸려 삽니다. 연구자라는 직업은 기본적으로 자연에 대한 궁금함도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남의 시선에 끌려 다니지 않는 주체적인 자세가 있어야 비로소 선택할 만한 진로입니다. 연구에 대해 경험이 없는 학생들과 대화하고 함께 일했던 시간은 제게 각기 다른 에피소드들을 주었습니다.  그들이 조금씩 연구에 눈을 뜨고 성장해나간 기억은 그들 자신 뿐만 아니라 제게도 지워지지 않을 자산입니다.

 

 


 

 

 

영향을 받은 연구자나 가장 큰 울림을 준 과학자는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입니다. 화학을 전자기학과 연결시켜준 과학자이지요. 그의 업적 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도 후대의 귀감이 될 만한 분입니다.

 

 

학창시절 교수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화학을 잘하고 싶었지만 잘하지는 못했었습니다. 모범생은 물론 아니었구요. 대학에서 요구되었던 공부 방식이 고교 시절까지의 그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에 제 딴에는 실망이 컸던 것 같습니다. 대학에 입학하면 토론이 넘치는 학문의 전당 같은 것이 열리리라 꿈꾸었는데 정작 목격했던 것은 일방적인 강의와 문제풀이 후 성적순으로 점수를 매기는 것이었어요. 성적이 좋으면 좋은 대로 우쭐하고 성적이 나쁘면 나쁜 만큼 좌절하는… 사회도 어지러워서 전공에 집중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래저래 전공 공부보다는 철학, 종교, 경제학, 미학 등 추상적인 인문과학에 빠져들었어요. 당시로서는 방황의 일부분이었지만 지내 놓고 보니 삶의 의미를 풍요롭게 하는 밑거름이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화학을 계속하게 된 것은 아이러니칼하게도 군복무제도의 변화 때문이었습니다. 별 기대 없이 대학원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시험 보고 점수 매기는 것이 아니라 내 나름대로의 생각을 말로 발표하고 글로 써서 청중과 독자로부터 평가받는 세계였어요. 학부 때 배웠던 교과목을 공부해야 할 이유를 새삼스레 발견하게 되었고 혼자서 다시 공부했습니다.

 

 

만일 과학자가 되지 않으셨다면요?


아주 어렸을 때는 야구선수가 되고 싶었습니다. 동네 어른들은 골목길에서 ‘야구왕이 나왔다’를 소리치고 다니는 꼬마로 나를 기억하십니다. 철 들고 나서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음악이나 미술에는 별 소질이 없지만 좋은 글을 보면 나도 저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실제로 글을 정말 잘 쓰지는 못하기 때문에 글 쓰는 직업을 가졌더라도 별로 성공적이지는 못했을 거예요. 하지만 지난 날 살아온 대목 대목을 되짚어보면, 현실적으로는 어느 화학회사의 직원이 되어 퇴근 시간만을 기다리는 삶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원은 내 인생을 구해주었어요. 

 

 

연구자로서 장기적인 목표와 계획은 무엇인지요?


전기화학의 새로운 장을 열고 싶어요. 이백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아직도 정확히 이해가 되지 않는 현상들을 밝히는 작업을 할 겁니다. 그보다 더 집중하고 있는 것은 그전까지는 없었던 전기화학의 진화를 내 손으로 이끄는 일입니다. 지금까지는 인간의 뇌가 과학의 주체였고 그 바깥 물질 세계가 과학의 객체였습니다. 하지만 21세기에는 인간의 뇌마저도 과학의 객체가 되고 있습니다. 인간의 마음, 생각이 무엇으로부터 비롯되는지 과학의 언어로 표현하기를 염원합니다. 신경계 내부에서의 신호 전달이 전기화학적 원리에 따른다는 점은 전기화학을 공부한 저에게는 크나큰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태어날 때 주어진 뇌와 인간이 만든 컴퓨터 사이를 전기화학적으로 연결하고 양방향 소통을 이룬다면 그것은 완전히 새로운 인류의 출현을 의미할 것입니다.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은퇴할 때까지 멈추지 않고 갈 수 있는 곳까지 가볼 생각입니다.

 

 


 

 

스트레스 해소나 재충전을 위한 취미 활동이 있으신가요?


산책을 하며 공상을 합니다. 하릴없이 걸어 다니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잊고 살았던 것이 다시 생각나기도 합니다. 냇가를 따라 걷기도 하고 뒷산에 오르기도 합니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가기도 하고 혼자 걷는 것도 즐깁니다. 나 자신을 포함하여 어느 누구에게도 구애 받지 않고 걸으면서 나 자신을 객관화하여 보게 되기도 합니다. 어떤 걸음이든 나에게는 몸과 마음의 휴식을 줍니다. 

 

 

멘토나 지도자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 생각하시는 것은 무엇인가요?


타고난 리더, 훌륭한 자질을 가진 리더는 분명 존재합니다만 나는 누구나 한번쯤 리더를 해본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경험은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속에서 개인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돌아보게 해줍니다. 리더는 구성원들을 대신하여 공동체를 걱정하는 사람이니 말이지요. 현대인은 추상적이고 심대한 가치보다 구체적이고 작은 실리를 우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당장 눈 앞의 욕구 충족이 행복의 기준이 되곤 합니다. 그러한 기준을 공유하는 개인들은 각자 주어진 여건에서 다들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만, 그런 합리적인 선택들이 모여 공동체는 무너지고 쇠락의 길을 걷게 될 수 있습니다. 개인에게는 일부 손해일 수 있지만 공동체에게는 꼭 필요한 일을 욕먹고 오해 받아가며 실행하는 것이 리더입니다. 비록 리더로 살지 않더라도 한번이라도 리더 역할을 해봤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 과도하게 무분별한 구성원이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멘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남에게 쓴 소리를 구하고 존경을 보내는 일이 점점 드물어지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도 언젠가 누군가의 멘토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훨씬 가치 있는 삶을 일구어 갈 수 있습니다. 남에게 좋은 점을 찾아 본받고, 그럴 수 있음에 감사하는 습관을 가진다면 그보다 더 강력한 경쟁력은 없을 것입니다. 요컨대,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과 감사 습관이 리더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연구자를 꿈꾸는 대학원생들이나 신진연구자들에게 힘이 되어줄 한마디를 부탁드립니다.


모든 이들이 연구에 적성을 가지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특히 기초적인 문제를 다루는 자연과학의 경우 많지 않은 사람들 만이 대학원 이상의 고급 교육과 연구 활동에 적합할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더 편한 일을 하면서 더 많은 보수를 받기를 원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냉정하게 말하여, 연구자라는 직업은 그런 것과는 큰 관련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일반인이 보기에는 별로 매력이 없을 수 있지요. 면허증을 가진 의사나 변호사가 되기 위한 전문인 양성기관에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행복은 퇴근 이후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면 나는 연구자가 적합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도하지 않았던 세계, 의도하지 않았던 시점, 의도하지 않았던 사람들 과의 인연으로 태어난 자신이 일생 동안 무엇을 하며 주어진 시간을 채워갈 것인지 조금이라도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연구자가 직접 되지는 못할지 몰라도 연구자를 동경하게 될 것입니다. 내가 태어난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알아보려는 가장 인간다운 행위가 자신의 가치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인류에 대한 기여까지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과거에는 먹고 살 걱정이 없던 귀족들이나 하던 일을 이제는 돈을 벌면서 할 수 있다니… 이런 소중한 기회가 진정으로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가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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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UCATION  & POSITION     

                

2007 - present Professor, Department of Chemistry, Seoul National University, Korea
2021 - present Director, The Center for Electron Transfer
2021 - present Editor, Journal of Electroanalytical Chemistry
1997   Ph.D. Chemistry, Seoul National University (SNU), Korea
1993   M.S. Chemistry, Seoul National University (SNU), Korea
1991   B.S. Chemistry, Seoul National University (SNU), Korea

 

 

PUBLICATIONS


1. M. Kim, S. Park, T. D. Chung. Heterogeneous electron transfer reorganization energy at the inner Helmholtz plane in a polybromide redox-active ionic liquid. Chem. Sci. 2022, 13, 8821.
2. S. J. Shin, S. Park, J.-Y. Lee, J. G. Lee, J. Yun, D.-W. Hwang, T. D. Chung. Cathodic electroorganic reaction on silicon oxide dielectric electrode. Proc. Natl. Acad. Sci. U.S.A 2020, 117(52), 32939.
3. S. Y. Lim, Y.-R. Kim, K. Ha, J.-K. Lee, J. G. Lee, W. Jang, J.-Y. Lee, J. H. Bae, T. D. Chung. Light-guided electrodeposition of non-noble catalyst patterns for photoelectrochemical hydrogen evolution. Energy Environ. Sci. 2015, 8, 3654.
4. Y.-R. Kim, R. S. Kim, S. K. Kang, M. G. Choi, H. Y. Kim, D. Cho, J. Y. Lee, S.-K. Chang, T. D. Chung. Modulation of Quinone PCET Reaction by Ca2+ Ion Captured by Calix[4]quinone in Water. J. Am. Chem. Soc. 2013, 135(50), 18957.
5. J.-Y. Lee, J. G. Lee, S.-H. Lee, M. Seo, L. Piao, J. H. Bae, S. Y. Lim, Y. J. Park, T. D. Chung. Hydrogen-atom-mediated electrochemistry. Nat. Commun. 2013, 4, 2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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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방신희 | 그래픽  방신희 | 제작 최원영   

핵심내용

전기화학의 기초 역량을 토대로 고유한 다중 생체 분석 플랫폼을 진화시켜오고 있으며 혈액을 비롯하여 공기중 생체 오염 감시까지 수행할 수 있는 전기분석 방법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고, 고도화된 나노 디바이스와 신경생물학의 성과를 결합하여 신경계와 컴퓨터를 전기화학적인 원리로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는 서울대학교 정택동 교수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원문링크정보

https://me2.do/FEdelrX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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