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C's People - 충남대학교 화학과 명창우 교수

분류
자연과학 | 화학
작성자
화학 연구정보센터
작성일
2022-03-08
조회수
259

 




 

Q1

본인의 연구에 대해서 대략적인 소개(키워드 3개 포함)를 부탁드립니다.

저의 연구는 에너지 물질, 양자역학 시뮬레이션, 그리고 머신러닝이라는 3가지의 키워드로 압축됩니다. 기후변화 위기를 극복하고 탄소 중심의 산업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보다 혁신적인 에너지 재료의 개발이 필요합니다 - 촉매, 에너지 저장 장치, 재생에너지원 등. 하지만 현재 이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두 가지 존재합니다. 첫 번째는 이론적으로 물질의 물리적/화학적 성질을 정확히 기술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와 연계된 두 번째 장애물은 재료의 물성을 미리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에너지 물질을 디자인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저의 연구는 앞에서 언급한 두 장애물을 뛰어넘는 이론과 방법론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Q2

양자역학 이론과 시뮬레이션, 머신러닝을 활용하여 새로운 에너지 물질 이론과 디자인을 연구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전공이 아닌 분들에게는 개념이 어려울 것 같은데,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에너지 재료를 포함한 모든 물질의 성질은 전자에 의해 결정됩니다. 예를 들면, 특정 물질이 금속이 될지 혹은 절연체가 될지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전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자를 정확히 기술하고 이해할 수 있다면 어떤 물질이든지 거의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전자가 매우 가볍고 작은 입자라는 것입니다. 너무나도 가볍고 작은 나머지 고전역학은 전자의 운동을 기술할 수 없습니다.

다행히도 약 100년 전 슈뢰딩거(노벨물리학, 1933)라는 과학자가 이러한 전자의 운동성을 기술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방정식을 발표했습니다. 그래서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이 방정식을 이용하여 전자의 특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슈뢰딩거 방정식이 간단히 풀 수 없는 방정식이라는 점입니다. 폴 디락(노벨물리학, 1933)이 지적했듯이 슈뢰딩거 방정식은 실제 물질에 적용되기에는 너무 복잡합니다. 그래서 100년이 지난 지금도 거대한 수백억의 슈퍼컴퓨터를 사용하여 겨우 이 방정식의 근사해 만을 얻고 있을 뿐입니다.

에너지 재료의 물성을 빠르게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물질을 디자인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면 산업계에 큰 혁신을 불러올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아직까지 소설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현재 슈뢰딩거 방정식을 정확히 푸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의 연구는 머신러닝(혹은 AI)이라는 새로운 방법론을 활용하여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머신러닝은 주어진 데이터에서 쉽게 패턴을 찾아내고, 추측하고, 특성을 분류하는 데에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머신러닝 방법론을 화학에 적용하여 제 연구에 활용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Q3

작년에 “고압 중수소 고체 내 초고체(supersolid) 상태의 예측”을 발표하셨지요. 초고체가 무엇이고 실제 물질에서 구현이 된다면 어떤 의미를 갖게 될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초고체란 개념은 1960-70년대부터 제시된 매우 흥미로운 물질 상태입니다. 초고체란 두 가지 모순적인 성질이 모두 존재하는 물질입니다. 첫 번째는 격자성 (crystallinity) 곧 원자핵이 주기적으로 배열되는 성질로 단단한 고체가 지니는 물성입니다. 두 번째는 초유체성 (superfluidity) 곧 원자핵이 아무런 저항성도 느끼지 않고 흐를 수 있는 성질입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초고체란 원자핵의 격자성은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점성이 없는 액체처럼 흐르는 물질입니다. 정말 이런 상태가 존재할 수 있을까요?

저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의하면 ‘그렇다’입니다. 초고체 상태가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원자핵이 양자역학적으로 행동해야 하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전자는 매우 가볍기 때문에 양자역학적으로 행동합니다. 그에 반해 원자핵은 약 1800배 이상 무겁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고전역학적으로 행동합니다. 하지만 매우 큰 압력하에서 원자핵 사이의 거리가 매우 가까워진다면 결과적으로 원자핵도 양자역학적으로 행동하게 됩니다.

이러한 원리를 기반으로 매우 큰 압력하에서 중수소가 원자핵의 양자효과 때문에 초고체 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입증하였습니다. 만약 이것이 실험적으로 입증된다면 오래전 제시되었던 초고체 상태가 실제 물질에서 입증된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4

최근 머신러닝 방법론을 이용해 에너지 물질을 연구하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머신러닝이 어떻게 물질 디자인, 양자역학 시뮬레이션 연구에 접목되는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오늘날 머신러닝 방법론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데요. 저희 분야도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매우 복잡한 전자의 파동함수(슈뢰딩거 방정식의 해)를 머신러닝으로 정확히 표현할 수 있습니다. 혹은 계산 시간이 매우 긴 양자역학 시뮬레이션을 머신러닝으로 빠르게 풀 수 있는 방법도 고안해 내고 있습니다. 혹은 복잡한 구조를 수반한 과정들(단백질 접힘 등)을 머신러닝을 활용하여 쉽게 추측하기도 합니다 (딥마인드의 알파폴드).

Q5

석사학위까지 전자과를 전공하시고 박사학위부터 화학과를 선택하셨는데요. 어떤 이유였는지, 전과 후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전자과에 입학하게 된 계기는 메모리와 반도체 소재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자과 전공 과목을 공부할수록 저는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과학보다는 나노미터 단위의 미시적 스케일의 과학 (즉 양자역학)에 큰 흥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석사과정 중 양자역학 시뮬레이션 분야에 대해 알게 되었고 계산화학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밟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 당시에는 제가 너무 어려서 이 결정이 얼만큼의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또한 이 결정이 꽤 무모한 도전이라는 것에 대한 감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어떻게 그렇게 했나 싶습니다. 그래도 그 당시엔 현실적인 걱정보단 내가 재미있는 분야를 선택하고 싶었던 열망이 컸던 것 같습니다. 계산화학 분야는 화학뿐만 아니라 이론 물리를 심층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분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박사과정에 입학한 후 거의 2년은 열심히 공부만 했습니다 (양자역학, 고체 물리, 다체론 등).

Q6

한국과 스위스, 영국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경험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험해 보신 나라들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한국과 연구 환경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제가 느낀 바로 스위스는 유럽 사람들에게도 선망의 대상인 나라입니다. 과학, 정치, 사회 등 여러 면에서 수준 높은 모습을 보여주는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과학 분야에서만큼은 스위스가 유럽의 허브와 같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인슈타인을 배출한 ETH Zurich, EPFL, CERN을 비롯한 여러 유수의 대학과 연구기관이 있어 유럽 등지에서 많은 연구자들이 몰려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며 많은 연구적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좋은 연구환경인 것 같습니다. 거기에 자연까지 아름다우니 완벽하게 그지없는 나라인 것 같습니다. 연구가 잘 풀리지 않을 땐 알프스를 거닐며 머리를 식힐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딱 하나 굳이 단점을 하나 뽑자면 영어가 공용어가 아니라는 점 정도?

저는 영국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케임브리지라는 특수한 도시에서 지냈기 때문에 영국이라는 나라 자체보다는 케임브리지라는 도시에 대해서 말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케임브리지는 유수한 역사와 전통을 갖춘 도시답게 많은 전통과 유산이 있는 곳입니다. 매일 지나치는 건물에 수많은 스토리와 역사가 스며들어 있어 그걸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대학답게 다양한 배경의 최고의 연구자들과 매일 만나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또 다양한 문화에 대한 배려와 높은 이해도를 갖춘 이들과 함께 지낼 수 있어 매우 매력적인 연구환경입니다. 딱 두 개의 치명적인 단점을 꼽자면 음식과 날씨입니다.

유럽은 국가/대학 간 연구/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다양한 협업을 할 수 있는 좋은 연구 인프라를 갖추었습니다. 대학교 간의 학점교류 및 학생 공동지도도 가능합니다. 한국과 달리 스위스의 경우 연구자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박사과정 이후 스위스 밖으로 포닥을 나가는 것을 오히려 장려하고 있으며 이를 지원하는 장학금이 매우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한국은 이미 연구 지원 규모에 있어서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습니다. 이에 더해 유럽과 같이 폭넓고 다이내믹한 국제적 연구/인적 네트워크를 쉽게 구축할 수 있는 연구환경이 자리 잡길 소원해 봅니다.

Q7

현재 운영 중이신 연구실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연구 내용, 구성원, 비전, 지원하는 학생에게 하고 싶은 말 등)

저희 연구실은 머신러닝 방법론을 활용하여 에너지 소재와 관련된 이론적 난제들을 해결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중 두 가지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리튬 배터리 전해질 내에서 발생하는 매우 복잡한 산화-환원 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머신러닝 포텐셜 개발입니다. 두 번째는 매우 복잡한 불균일 촉매 표면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머신러닝 전역 최적화 알고리즘 개발입니다. 이 두 방법론은 에너지 물질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연구가 재미있어 보인다면 언제든지 저에게 연락하시길 바랍니다.

연구를 하는 데 있어 저는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단기적 성과에 메이지 않고 도전적인 문제를 오랜 시간 깊이 연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긍정적인 관점을 잃지 않고 연구하는 것입니다. 연구의 일환으로 시도하는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실패하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항상 긍정적인 관점 유지하는 게 바로 즐거운 연구생활의 비결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건 스위스 포닥 지도 교수님인 Michele가 저에게 해주었던 조언이었습니다.

성과도 중요하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재미있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저도 아직 모르는 게 산더미이기에 함께 토론하고 부딪히며 정답을 찾아가는 즐거움을 같이 하고 싶습니다. 나이와 직급을 떠나 수평적 관계에서 친구같이 다 같이 어우러져 즐겁게 연구할 수 있는 그룹을 만드는 게 저의 비전입니다.

Q8

영향을 받은 연구자가 많으실 것 같습니다. 어떤 연구자분들의 영향을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분은 저의 박사 지도 교수님이신 김광수 교수님입니다. 제가 그동안 만났던 어떤 연구자 보다 큰 열정, 호기심 그리고 통찰력을 지니신 분이었습니다. 또 저의 고민과 어려움에 대해 허울 없이 들어주시고 조언해 주시곤 했습니다. 지금도 궁금하거나 어려운 점이 있다면 가장 먼저 물어보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감사한 지도 교수이십니다.

스위스 포닥 시절 지도 교수인 Michele는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분자동역학의 대가입니다. 하지만 인간적으로는 매우 재미있고 유쾌한 사람이었습니다. 끊임없이 대화와 토론을 통해 유의미한 과학적 결론들을 금방 이끌어내곤 했습니다. 그룹 사람들을 자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해 주고 바베큐도 구워주는 인간적인 면모는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케임브리지 포닥 시절 지도 교수인 Angelos는 저를 허울 없이 친구같이 대해 주었습니다. 제가 독립적인 연구자로서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 잘 가르쳐 주었고 학문적 경력을 어떻게 쌓아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잘 제시해 주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 Angelos는 연구 그룹을 어떻게 이끌어 가야 할지에 대한 경영철학을 치열하게 고민했고 세심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연구실 멤버들을 관리해 주었습니다.

Q9

연구활동을 하시면서 느끼신 점이나 자부심, 보람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저는 자부심보단 보람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저의 연구성과를 듣고 많은 관심을 가져주는 연구자들이 있을 때만큼 뿌듯하고 보람찬 순간은 없는 것 같습니다. 과학자들은 과학이란 언어로 교감을 하고 이를 통해 깊은 동질감을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라 생각합니다.

 

Q10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슈뢰딩거 방정식이 발표되고 얼마 되지 않아 폴 디락은 “이제 화학은 끝났다”라고 주위에 말했다는 구전이 전해져 내려옵니다. 화학적 성질을 결정하는 전자의 구동을 완벽하게 기술할 수 있는 신의 방정식이 발견되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디락은 이 신의 방정식이 실제 물질에 적용된다면 이를 푸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이 분야는 결국 전자의 “메타버스”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전자의 메타버스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방법론이 개발한다면 아마 디락의 예언처럼 우리는 화학이란 학문에 엄청난 혁신과 변화를 불러오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이 변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면 도전해 보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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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cation and Position
 

 

2021.09 - 현재. 충남대학교 화학과, 조교수

 

2020.09 - 2021.08  University of Cambridge, NRF Korea Postdoc Fellow (지도교수 : Angelos Michaelides)

2019.12 - 2020.11  ETH Zürich & USI, 박사 후 연구원 (지도교수 : Michele Parrinello)

2019.03 - 2019.12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과, 박사 후 연구원 (지도교수 : 김광수)

2014.09 - 2019.02  울산과학기술원 (UNIST) 화학과, 박사 (지도교수 : 김광수)

2012.09 - 2014.08  포항공과대학교 (POSTECH) 석사

 

2007.03 - 2012.08  포항공과대학교 (POSTECH) 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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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내용

밀도범함수이론과 파동함수방법론 등의 제1원리 계산을 통하여 다양한 에너지물질(납-할로겐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물분해 전기촉매, 납-할로겐 페로브스카이트 발광 다이오드, 리튬배터리 물질)의 이론적 메카니즘을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중인 충남대학교 화학과 명창우 교수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원문링크정보

https://me2.do/xQoSZi9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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